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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에, 소명학교의 '질문이 있는 수업' 뜨다. (김현섭소장님, 허용회샘- 질그룻전문학습공동체)

한겨레신문 5월 30일

‘질문’ 던지면 작아지던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질문을 받을 때나, 질문을 하라고 할 때나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교사의 질문에 답할 때는 ‘혹시라도 틀린 답을 말할까 봐’ 두렵다. 본인이 궁금한 게 있을 때도 ‘어떻게 질문하는 건지 잘 몰라서’, ‘친구들이 웃을까 봐’ 등 여러 이유로 질문하기를 꺼린다. 스스로 생각하기보다는 교사의 일방적 강의로 수업을 듣고, 문제풀이 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머리를 써서 질문에 대해 생각하는 게 부담스럽기만 하다.

질문에도 ‘좋은 질문’과 ‘나쁜 질문’이 있다.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을 쓴 수업디자인연구소 김현섭 소장(좋은교사운동 좋은학교만들기위원장)은 “질문 안에 교사가 유도하는 답이 있거나 특정 답으로 이끌어가는 ‘유도질문’, 질문 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모호한 질문’, ‘‘예’, ‘아니오’로만 답해야 하는 질문’ 등은 좋지 않은 질문”이라고 했다.

최근 ‘좋은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교실에서 개별적으로 ‘질문이 있는 수업’을 시도하는 교사도 늘고 있고, 교육청 차원(서울시교육청, 광주시교육청 등)에서도 ‘질문이 있는 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용인시 소명중고교 8학년(중2) 학생들이 ‘질문’에서 시작하는 허용회 교사(가운데)의 국어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책 읽고 ‘질문’에서 출발하는 모둠수업

“이번에는 각 조별로 선생님이 정해준 책의 대목들을 읽어보고, 그 부분에 대해 다른 조원들한테 설명을 해줍시다. 이 조는 48쪽 ‘유전자 정보는 당사자에 국한하지 않고 자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는 대목을 읽고 친구들에게 설명해주면 됩니다.”

지난 25일 오후 1시30분.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대안학교인 소명중고교 8학년(중2) 경청반의 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 책상 위에는 ‘소나무’라는 이름의 교재와 이날 수업에 쓰인 책 <생명윤리 이야기>가 놓여 있었다.

이 학교 국어 수업은 책을 읽어 온 뒤 친구들끼리 내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소나무에서 제시하는 활동 질문 등을 함께 풀어가는 식으로 진행한다. 교사들이 직접 개발한 소나무 교재에는 학교에서 제시하는 필독서와 연동한 질문과 관련한 설명 등이 적혀 있다. 수업시간에는 교사의 설명보다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말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다. 질문에도 단계와 체계가 있다. 허용회 교사의 수업은 보통 ‘출발질문’(동기유발형), ‘전개질문’(내용이해형), ‘도착질문’(일상의 문제 적용형)을 단계별로 제시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수업 중반에는 아이들 스스로 일상의 질문을 던지는 모습도 보였다. “근데 유전자 정보를 미리 알면 좋은가?” 이원빈군은 “언제 죽을 줄 알아야 준비를 하고 좋지”라고 대답했다. 이서현양이 “한 시간 뒤에 죽는데 너 공부하겠어?”라며 받아쳤다. 모둠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원빈군과 또 다른 남학생 한명이 동시에 “그래야 제대로 놀지”라고 또 대답했다. 모둠별 문답이 오가던 중 허 교사가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더 확장된 질문을 건넸다. ‘범죄자 신상정보 등을 공개해도 될까?’라는 질문이었다. 학생들 사이에선 또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범죄를 저지르면 신상정보가 모두 공개되니까 취직도 못하고 악순환이 계속될 겁니다.”(최지온군) “애초 범죄 자체를 저지르면 안 됩니다.”(윤도은양) 어떤 모둠에서는 성폭행이나 살인 등 중죄를 지었을 때만 신상정보를 공개하자는 안이 나오기도 했다.

공교육 교사로 있다 대안학교에 온 지 3년째. 공교육에 있을 때 허 교사는 질문이 있는 수업을 하지 못했다. 주어진 학기 안에 진도를 빼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질문으로 이루어진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자존감도 키운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동료 교사, 김현섭 소장 등과 함께 매주 학습동아리 ‘질그릇’(질문을 담는 그릇) 모임을 열고 있다. 허 교사는 “‘이런 질문 좋더라’ 등 노하우를 공유한다”며 “아이들이 질문을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입을 열고, 스스로 공부하는 걸 봤기 때문에 질문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다”고 했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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