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 연재 "축구 전문기자 꿈꾸는 민금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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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7월 2일
- 4분 분량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평가가 진행된다. 평가의 기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입시제도 하에서 어떤 평가도 내신등급과 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냐에 초점을 두기보다 내 점수가 몇 점이냐에 관심이 많다. 내신등급이 대학 입시와 직결되는 일반 국공립학교에 비해 대안학교인 소명중·고등학교는 평가와 관련한 압박이 조금이나마 덜한 부분이 있다. 소명학교에는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등급식의 성적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명학교에서도 학생들은 점수에 참 민감하다. 그것이 옳고, 그르고의 도덕적 잣대로 판단할 영역은 아니지만 과제를 위한 과제가 되는 느낌이라서 고민이 될 때도 있다. 그래서 수행평가나 수업 중 모둠별 평가를 교과별로 계획하고 추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학기를 마무리 할 때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여기저기서 “선생님 저 몇 점이에요?”라고 묻는다. 점수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다양한 과제물을 통해 어떤 배움이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임을 말하고 점수에만 관심을 보이지 말라고 설득해 보지만 학생들은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실 학생들의 수행 과제물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놀라움을 느낄 때가 많다. 학생들의 가능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학생들의 톡톡 튀는 창의적 사고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하루하루가 나의 역사가 된다
4학기 중 첫 번째 봄학기 수행 과제물로 7,8,9학년(중 1,2,3) 모든 학생들에게 ‘나의 역사’를 써서 제출하도록 했다. 이 수행 과제물을 내도록 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대부분 역사 교과서의 첫 번째 단원은 역사(歷史)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역사의 의미와 역사를 배우는 목적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역사가 어떻게 쓰이게 되었는지 학생들이 그에 대한 개념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역사라고 하는 것이 자신의 삶과 아주 밀접하다는 것을 깨우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모여 ‘나의 역사’가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일본 신학자 우찌무라 간조가 ‘일일일생’(一日一生·하루가 한 번의 인생이라는 것)이라고 말하며 살았듯이 소명의 제자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나의 역사’를 써보면서 많은 통찰력을 얻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분량에 제한을 두지 않고 과거·현재·미래로 구성해 ‘나의 역사’를 쓰도록 했다. 그랬더니 몇몇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선생님, 과거와 현재를 어느 시점으로 나눠서 써야 하나요?”, “선생님, 역사는 과거를 배우는 것인데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역사에는 무엇을 써야 하나요?” 질문을 받고 보니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과거 역사는 기억에 남는 순간들로 구성해 보도록 권했고, 현재의 역사는 소명학교에 입학해서 지금까지 생활하는 동안 특별히 떠오르는 일들을 위주로 적도록 했다. 어쩌면 미래의 역사가 막막할 수 있겠다. 하루를 알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써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직업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보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것은 설계도를 그리고 건물을 올리는 것과 같다. 계획 다음에 실행이 있는 법이 아니겠는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자신의 방향을 제대로 정해보거나 고민해보는 시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내가 왜 공부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답이 될 수도 있고, 공부하는 목적도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의 역사’는 앞으로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는 가정(假定)하에서 써보라고 제안했다. 특히 자신이 꿈꾸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강하게 말했다.
“상상하라. 그리고 거침없이 적어보라. 돈 한 푼 들지 않는다.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가만히 눈을 감고 자신이 가장 되고 싶고, 하고 싶은 직업의 세계를 그려보자. 상상하는 것에 미안해하지 말라.”
그 순간만으로도 제자들의 심장이 뛰길 기대한다고 했다. 표현은 창의적으로 할 수 있으며, 분량도 자유롭게 정했다. 평가기준은 지정된 기한(期限)내에 제출하는지, 과거, 현재, 미래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보겠다고 했다. 드디어 지정된 기한이 되었고, ‘나의 역사’ 과제물 마감일이 되었다. 창의적이고 의미있는 내용을 담은 수많은 수행 과제물들이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한 학생은 마치 기다렸다는듯, 물 흘러가듯이 구체적으로 ‘나의 역사’를 썼다. 바로 9학년(중3) 강민금 학생이었다. 과거 현재도 맛깔스럽게 표현했지만, 강민금 학생이 직접 쓴 자신의 ‘미래 역사’를 읽는 것만으로도 내내 가슴이 뛰었다. 놀랍다. 9학년이라고 하기에는 어휘나 문장이 간결하고 분명하게 쓰여있다. 축구 전문기자의 꿈이 잘 녹아있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천으로서 어떤 자세로 자신의 직업세계를 그려갈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세밀하게 적고 있어서 더욱 놀라웠다. 본인의 허락 하에 이 지면을 통해 공개한다.
나의 역사 : 미래 / 강민금
한국에서 ‘축구’하면 떠오르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축구팬은 물론 축구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유명하다. 그녀는 강민금이다. 그녀는 현실적인 기사를 쓰기로 유명하다. 잘못된 정보, 편파기사, 뻔한 정보는 다 없애고 새롭고, 정확하고, 공정한 기사만 쓴다. 축구를 잘 모르던 사람도 그녀의 기사를 보면 잘 이해한다. 많은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닮고 싶은 사람이다. 그녀는 지금도 축구를 알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그녀가 기사를 쓰면 그 기사 속 인물의 이미지가 좋아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력과 영향력을 갖춘 기자이다. 얼마나 영향력이 있으면 선수들이 먼저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할 정도이다. 그녀가 쓰는 기사는 누군가가 질타받고, 별의미없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꿈이 되고, 누군가에겐 힘이 되는 축구 그 자체이다. 이런 그녀는 기독교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녀는 축구기사에 신앙적인 내용이 섞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글을 써내는 사람이다. 그녀의 글에는 힘이 있다. 그 힘으로 기독교인이 된 사람은 셀 수도 없고, 일부러 기사를 찾아보는 사람도 많다. 그녀의 기사는 더 이상 기사의 용도만이 아닌 글, 그녀의 이야기인 것이다.
요즘 강민금 학생은 K리그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선생님 꼭 경기보세요”라고 적극 홍보한다. 그 순간 눈이 빛난다. 기자로서 꾸는 꿈 때문만 아니라 K리그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K리그 발전을 함께 꿈꾼다. K리그를 진정 아끼는 마음이 느껴진다. 가능하면 경기가 있을때마다 자신이 기자가 되었다고 상상하고 연습장에 기사를 작성해보고, 부모님께 모니터를 받기도 한다. 대견하다. 열정이 느껴진다. 누가 시켜서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발걸음이 참 귀하다. 어떻게 보면 스펙(specification)쌓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러나 강민금 학생의 하루하루 매순간 임하는 태도를 보면 미래의 축구 전문기자의 모습이 보인다. 이것이 학창시절의 스토리(story)가 아닐까 생각된다. ‘스토리(story)가 스펙(specification)을 이긴다’는 책의 제목처럼 강민금 학생은 자신이 쌓아가는 하루하루의 스토리(story)로 결국 축구전문기자의 꿈을 이루고야 말 것이다. 소명학교 모든 제자들이 이야기 가득한 자신만의 학창시절을 그려나가길 응원한다.
역사를 바꾼다는 것은 과거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 소명학교 7,8.9학년 학생들이 제출한 ‘나의 역사’를 하나하나 읽어보고 일일이 피드백(feedback)해서 돌려주었다. 학생들의 과제물을 읽다보니 나에게도 많은 통찰이 일어났다. 학생 한명 한명이 좀 더 잘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서로 마주 앉아서 학생의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었다. 때로는 가슴 아픈 이야기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지난 시절 에피소드를 읽으며 혼자 웃기도 했다. 소명제자들의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에 대한 편견을 깨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서 생각해보니 ‘나의 역사’라는 과제는 학생들에게도 의미 있었지만 교사인 나에게도 참 소중했다. 나도 내 인생의 역사를 써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일부 수행 과제물을 청어람(靑於藍) 강당에 전시했다. 그들의 이야기가 의미있는 역사로 남을 수 있도록 교사인 내가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 아니겠는가. 소명의 제자들이여! 역사를 바꾼다는 것은 과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반복되지 않게 만드는 것임을 잊지 말자. 남은 2013년 하반기도 멋진 역사를 써나갈 그대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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