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박양규 목사] “중세란 역사적 거울로 오늘의 교회를 비춰 보길” ‘중세 교회의 뒷골목 풍경’ 박양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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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6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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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교회라고 하면 흔히 암흑기를 떠올린다. 유구한 교회 역사 중 중세 시기는 한국의 기독교인들에겐 무의미한 시간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하지만 박양규 목사의 안내에 따라 ‘중세 교회의 뒷골목 풍경’(예책)을 읽다 보면, 그 시간이 21세기 한국교회에 던져주는 역사적 의미가 절대 작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 목사는 연암 박지원에 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처음 출판사에서 ‘인문학으로 성경 읽기 시리즈’의 세 번째 편으로 중세에 관해 써달라는 제안을 받고는 1년 넘게 고민했다고 한다. 중세가 그의 전공 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러던 중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다시 읽으면서 매 순간 조선 민초들의 애환을 고민하던 모습을 보게 됐다”며 “전공자들이 특정한 사건의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과 달리 비전공자이지만 민중들의 삶, 그 시대를 살아가던 을의 입장에서 중세사를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열하일기’는 청나라 황제의 여름 별장이 있던 열하(현 청더)에 다녀오며 쓴 기행문이지만, 늘 조선의 백성들을 떠올리며 연암이 풀어낸 글이기에 조선의 사회상을 함께 볼 수 있다.
박 목사는 6개월 정도 건강 문제로 쉬는 동안 책을 집필했다.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큰 기둥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초서뿐만 아니라 TS 엘리엇과 마크 트웨인의 글, 플랑드르의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 등 거장의 작품을 통해 중세인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이번 책은 그런 면에서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중세를 조망하며 우리의 현실을 바라본 에세이에 가깝다”고 했다.
박 목사는 총신대와 총신대 신대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고려대 서양사학과에서 헬레니즘을 전공한 뒤 영국 애버딘대에서 신구약 중간사 연구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동안 소명중고등학교에서 인문 고전을 통한 기독교 교리 교육에 힘썼다. 서울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교회학교에서 인문학을 성경 교육에 접목해왔다. 여전히 기독교와 인문학의 만남이 쉽지 않고, 인문학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꾸준히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목사는 주목할 만한 저자이자 목회자다.
그는 이번 책에서 중세 교회를 ‘암흑’에 빗대며 깎아내리는 태도를 꼬집는다. 박 목사는 “중세 교회는 우리의 마음속 그늘과 탐욕이 만들어낸 무형의 실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중세를 깎아내려야 종교개혁자의 후예라는 정체성과 정통성을 강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세에 악역을 맡았던 로마 가톨릭의 역할을 지금은 누가 맡고 있느냐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기 탐욕을 채우기 위해 민중을 수탈했던 중세 성직자들의 모습은 교회를 앞세워 자기 잇속을 챙기고 권력을 휘두르는 일부 한국의 타락한 목회자들과 묘하게 오버랩 되는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박 목사는 당시 처절하게 수탈당하면서도 사건과 숫자에 가려져 존재마저 잊혔던 중세인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는다. 그의 시선은 종교 권력과 세속 권력의 충돌, 마녀사냥과 십자군 전쟁 속에 희생당한 무수한 약자들에게 닿아 머문다.
그는 “14세기 흑사병으로 세 명 중 한 명이 죽었다, 하는 식으로 넘어가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엄청난 일이었겠냐”며 “사람을 숫자로 보는 대신 한 명 한 명 존엄성 가진 인물로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곧 예수님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책에서 박 목사는 마크 트웨인의 ‘아서 왕 궁전의 코네티컷 양키’ 중 중세를 묘사한 대목을 인용하며, 저항하는 삶에 대해 강조한다. 박 목사는 “트웨인은 중세 시대를 1000명 중 6명의 기득권을 위해 994명은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갔다고 적고 있다”며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잘못된 현실에 저항할 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단순히 중세 이야기로 읽기보다 우리의 현실을 투영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며 “책의 내용이 공감된다면 부당한 현실에 고민하며 사랑하고 저항할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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