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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서는 대신 교육혁신 마중물 되고 싶어요" 한겨례신문 - 장슬기 선생님 도전기 기사


공교육에 있다 대안교육 쪽으로 발길을 돌려 다양한 교육과정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소명중고교 장슬기 교사(맨 오른쪽)가 학생들과 함께 수도원 노동캠프를 떠나 찍은 사진이다. 장슬기 교사 제공


[함께하는 교육] 젊은 퇴직교사 2인의 새로운 도전 교사로 산 지 15년. 약 30년 남짓한 교직생활의 중간지점에서 과감히 퇴직을 선택한 교사들이 있다. 교실은 떠났지만 더 넓은 교육현장을 위해 활동하는 젊은 퇴직교사들을 만나봤다.


“오늘 강의를 해주실 분은 ‘나눔’이 좋아서 ‘나눔교육’에 매진하는 분입니다. 전성실 선생님 소개합니다.”

지난 13일,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초 1층 도서실. 오전 9시30분이 되자 약 20명의 교사가 모였다. 경기도 도덕교과연구회 소속 교사 대상의 연수 현장. 강사로 소개받은 나눔교육연구회 전성실(44) 대표가 교사들 앞에 섰다.

“초등 6학년 담임을 하라면 부담스러워하는 교사들이 많습니다. 입시철이 다가오면 부모님이 찾아와 이렇게 말합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 국제중 대비학원 다녔어요. 추천서 잘 써주세요.’ 전국에 4곳. 국제중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수는 약 500명입니다. 대부분 1차는 서류, 2차는 추첨입니다. 지역할당도 있습니다.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한데 엄마는 아이가 떨어지면 이렇게 말합니다. ‘상장 하나 더 있어도 됐을 거다.’ 아이 책임으로 몰아갑니다.”

대학입시에서 ‘인서울’ 할 수 있는 학생은 전체 수험생의 약 6%. 한 반에 한두 명 정도다. 지방 학생들이 이 6% 안에 드는 건 더 어렵다. 전 대표는 수업에서 이런 설명을 하며 질문 하나를 던졌다.

“이렇게 보면 94%를 실패자로 키우는 게 우리나라 교육목표나 다름없습니다. 6% 안에 드는 친구들은 다시 전체 인구 가운데 1%가 다닌다는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느라 경쟁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나눔이 가능할까요?”


여러 계층에게 ‘나눔교육’ 의미 알려

강의에는 학교문화에 얽힌 사례가 자주 등장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전 대표의 일터가 바로 학교였기 때문이다.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됐다. 15년 동안 네 곳의 초등학교를 다니며 교사생활을 하다 올해 3월1일 학교를 나왔다.

“너는 누가 봐도 교사를 해야 해.” ‘성실’이라는 이름처럼 매사 성실하고 바른 아이를 보며 주변 어른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자연스럽게 교대에 입학했고 교사생활을 시작했다. 2003년 여름, 아름다운재단(이하 ‘재단’)에서 실시하는 나눔교육 연수를 받으면서 ‘나눔교육’과 처음 연을 맺었다. 전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나눈다’고 하면 돈이나 물건을 기부하는 행위만을 떠올렸다. 무조건 돈을 내는 게 아니라 무엇을, 왜 나눌 것인지 ‘나눔의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고 했다.

재단의 나눔교육 교사연구회 대표 등으로 활동하며 관련 수업 모델 등을 연구했다. 우리나라에 나눔교육전문가가 없다 보니 전 대표에게 나눔교육을 문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시간을 쪼개 강의하러 다녔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시간이 좀더 있었으면 더 해볼 수 있었을 텐데….” 더 많은 사람에게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전 대표의 아내는 “가족들 굶기지만 않으면 된다.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힘을 실어줬다.


나눔교육연구회 전성실 대표 진정한 ‘나눔교육’ 수업 모델 연구 나눔 관련 싱크탱크 만드는 게 꿈 “나눔은 자존감의 다른 이름이죠” 좋은학교연구소 장슬기 부소장 대안학교 교육 참여 경험 토대로 협동수업 등 다양한 교육방식 전수 “학교마다 혁신 연구 기능 있어야”


이날 강의는 전 대표가 홀로서기를 한 뒤로 실시한 203번째 강의다. 그동안 학교 교사와 어린이·청소년을 비롯해 직장인, 노인, 복지사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전파했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점도 많았다.

“나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합니다. 나눔이 매우 거창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건널목에 음향신호기를 설치한 것도 나눔입니다. 일상적이고 사소한 곳에 그 개념이 있다는 건 잘 모릅니다.”

전 대표의 강의는 ‘나눔은 자존감의 다른 이름’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자존감과 나눔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전 대표는 “우리나라처럼 무한경쟁 사회에서는 스스로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자존감교육이 곧 나눔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아가치감’(자신이 다른 이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자아효능감’(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행동을 지적하지 않습니다. 아이 존재 자체를 지적합니다. 공부하는 줄 알았는데 안 하는 걸 보면 ‘공부한다고 하고 뭐 하니!’가 아니라 ‘내가 너 낳고 미역국을 먹었으니…’ 이렇게 말합니다. 자존감을 높여주려면 이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내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지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래야 나눔을 받을 줄 알게 되고, 누군가에게 나눔을 줄 여유도 생깁니다.”

같은 교사 입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강의 때 교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전 대표는 교사들에게 “교직생활을 하다 보면 학교 세계만 보인다. 좋은 교사는 오로지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만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 대표의 장기적인 목표는 나눔교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전 대표는 “미국에는 나눔교육 전문기관인 ‘러닝투기브’(Learning to Give)가 있다”며 “열악한 터전이지만 우리나라에 맞는 나눔 관련 싱크탱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경기 와부초 도서실에서 나눔교육연구회 전성실 대표가 도덕교사들에게 나눔교육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김청연 기자

대안교육 새로운 도전, 공교육에도 전파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있는 소명중고등학교. 2012년 3월1일에 개교한 대안학교다. 최근 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해보는 교사 대상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이 학교 사례를 참고하고 싶다며 의사를 내비쳤다. 코디 역할은 소명중고교 교사이면서 학교 안에 있는 ‘좋은학교연구소’(이하 연구소)의 부소장 장슬기 교사 등이 맡았다.

이 학교는 진로교육, 인문고전교육, 통합교육 등 새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중·고교의 진로교육이 개인이 흥미와 적성을 발견해 직업을 찾는 ‘자아실현’에 주목한다면 이 학교의 진로교육에서는 진로선택을 공동체적 관점으로 바라본다. 장 교사는 “개인이 어떤 일을 선택했을 때 사회에 어떤 영향과 의미를 줄 수 있는지 등을 살펴보는 사회적 의미의 진로교육을 한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무학년 진로동아리를 만들어 직업인 탐색, 관련 전문가 인터뷰, 직업 포럼 등에 자기주도적으로 참여한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문제를 연결지어 공부하는 태도를 갖도록 세월호 애도 수업, 평화 수업 등 각종 통합교육도 활발히 진행한다.

이런 교육과정에는 장 교사가 공교육과 대안교육 등에서 쌓은 공도 많이 담겼다. 장 교사는 연구소를 통해 이런 교육 사례를 나누고 있다.

2010년 1월까지만 해도 장 교사는 공교육 과학교사였다. 하지만 2010년 2월, 15년을 다니던 안산 동산고를 나왔다. 장 교사는 “좀더 자유로운 교육 현장에서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 꿈 없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이 평범한 남학생은 어느 날, “한국교원대에 가면 2년 동안 공짜로 수업도 듣고, 기숙사 생활도 할 수 있다”는 친구 이야기에 교원대에 진학했다.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읽으며 막연히 과학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터라 과학교사를 선택했다. 한데 교사 직업에 맞는 성격이 아니었다. 초기에는 학생들 앞에서 움츠러들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장 교사는 “덤으로 얻은 인생이니 개인적인 뜻을 위해 살기보다는 학생들을 위해 살아야겠다는 소명의식이 생겼고, 학교 안팎 활동에 열심히 참여했다”고 털어놨다.

수업은 기본이고 행정 업무까지 무척 바빴지만 학생들과 함께 학생 자치모임, 사회와 과학, 환경 등을 연결지어 공부하고, 여기서 얻은 생각들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보는 애니메이션 동아리 등을 만들었다. 2000년쯤, 동료 교사들과 연변 조선족 학교를 방문한 걸 계기로 통일이 이루어졌을 때를 대비한 ‘남북한 아이들 대상의 통합교육’ 등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사회통합교육, 남북통합교육에 대한 연구도 했다. 2003년 협동학습연구회 안산 모임부터 2006년 과학과 협동학습연구회, 2006년 좋은교사운동 과학교사 교육과정 모임까지 교사 대상의 다양한 학회와 모임을 꾸렸다.

한데 마음 한쪽에 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학교생활은 재미있었지만 공교육 안에 있으면 동전의 한 면만 보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밀려왔다. 장 교사는 “일반학교에서는 여러 현실적인 조건 때문에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하기 어렵다”며 “특히 아이들이 자랐을 때는 남북통합부터 시작해서 사회적으로 다양한 ‘통합’이 의제가 될 텐데 이런 21세기형 교육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면 대안교육 분야의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교육과정에 담아 구현하고 싶어졌습니다. 안주하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대안교육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2011년, 장 교사 앞에는 경기 이우학교와 샘물중고교 두 학교에 갈 수 있는 문이 열려 있었다. 혁신학교의 한 모델로서 입지를 굳힌 이우학교보다는 규모가 작고 덜 알려진 샘물중고교에서 일하기로 했다. 샘물중고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다니는 통합학교였다. 배움의 가치를 배로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다니는 소명중고교의 교육과정에는 장 교사가 샘물중고교에 몸담았던 2년 교실에서 시도한 프로젝트 학습, 협동학습 등 다양한 방식의 수업 경험이 녹아 있다.

장 교사는 인터뷰 중 ‘마중물’이라는 단어를 두 번이나 말했다. 학생 100여명이 다니는 이 작은 대안학교에 연구소를 꾸린 건 대안학교의 다양한 교육 사례를 혁신에 목마른 공교육에 시원하게 던져주고 싶다는 뜻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 교사는 “요즘 자사고를 없애고 혁신학교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전체의 95%나 되는 일반학교에 혁신교육의 철학이 스며들기 위해선 학교마다 센터 구실을 하는 ‘혁신연구소’가 있어야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구소 설립에 대한 생각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학교 혁신이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대부분의 학교가 정해진 교육목표에 따라 위에서 내려오는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관리 체제가 이원화되어야 합니다. 기존에 교장·교감 등의 리더가 행정 분야를 맡는다면 장기적으로 학교에 남아 학교의 교육과정부터 교수법 개발 등 교육철학을 만들고 연구하는 인력도 필요합니다. 각 학교에 혁신연구소가 세워져 이런 일을 담당해야 합니다. 이런 연구소들이 세워질 수 있게 돕고, 일반학교를 찾아 그동안 대안교육 등에서 쌓은 경험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싶습니다.”

공교육 교실을 나와 더 넓은 교육현장을 돕고 있는 두 젊은 퇴직교사는 “내 활동과 관련해 문의할 것이 있다면 이메일 등(나눔교육연구회 samnim@hanmail.net, 좋은학교연구소 sapience@hanmail.net으로 연락해달라”고 했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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